자. 3학년이 되면 치수가 주장, 준호가 부주장이 되는 것은 확정이죠. 2학년이 둘 뿐이니까요.
준호는 이런 상황에서 부주장으로써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을겁니다. 치수를 응원하고, 농구를 좋아하고, 전국에 가고싶으니까요. 북산이라는 '팀'을 위해 자신이 어떤 부주장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했을거에요.

그래서 주장하고 싶은 바가 뭐냐.
#권준호 가 가진 부주장으로써의 부드러운 리더십, 유화제 역할, 당근 역할은 권준호의 천성이기도 하지만 *노력의 결과*라는겁니다. 북산을 '팀'으로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이요.

그리고 부주장으로써의 #권준호 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음.
중학생 때의 준호는 내성적인 면이 주로 보이고, 부주장 같이 완장 차는 역할이랑은 거리가 있어보임. 그런 권준호의 부주장 각성 ~리더십 기르기~ 일대기를 상상하게 되는거에요. (저는 이 부분을 날조해서 드림을 먹습니다.)

2학년이 된 준호는 농구부의 상황에 위기감이 분명 들었을거에요. 같은 학년 농구부원은 이미 둘 밖에 없고, 부원들의 훈련을 주로 지도하는건 3학년이 아니라 2학년인 치수죠.

그런데 치수의 리더십은 상당히 엄한 편입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만큼 남에게도 엄격한 편이에요. 전국을 진심으로 노리기 때문에 훈련에서도 타협이 없고요. 부원들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 밖에요.

여담 : 호백하시는 마족께서 말씀하시길 양호열이란 캐릭터는 작품 내에서 강백호의 행동과 내면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이 캐릭터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에 많은 서사와 해석을 부여할 수 있고 거기서 캐릭터의 매력이 생긴다는 말을 하셨는데...

#권준호 도 비슷한 속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대만과 이달재에 대한 해석은, 사실 이노우에가 독자에게 그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서 준호의 입을 빌린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권준호에게 '남을 잘 살피고 장점을 발견하는 세심함과 다정함'이 생기는거고요.

산왕전의 치수의 눈물을 보고 준호가 한 생각도 아마 이노우에가 치수의 눈물을 설명하기 위해 준호의 입을 빌린거겠지만, 권준호와 채치수가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 '준호가 치수의 눈물에서 어떤 감정을 놓쳤을 가능성' 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거죠.

즐겁다!

산왕전 휴식시간에 #채치수 의 눈물을 보고 #권준호 가 '팀원들의 믿음직한 모습에 감동한거냐 치수야... 계속 이렇게 같이 싸울 수 있는 팀원을 원했는데...'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하죠.(정확하지않음 버스 안이라 원작 못펴봄) 권준호는 그 눈물을 현재 팀원들에 대한 감정으로 말하고 있지만 (아마 이노우에의 의도도 그럴 것) 정말 현재 레귤러 4인에게 느끼는 감정만 있었을까요?

저는 권준호가 설명하지 않은 채치수의 감정 중에는 분명 권준호에 대한 감사와 유대도 있었을거라 생각해요. 그걸 준호 본인이 설명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우니 이노우에가 생략 했을수도 있지만.

#권준호 와 #채치수 의 관계에 대하여 :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에 진심이던 치수와 달리, 준호가 농구를 시작한 계기는 체력증진이었죠. 지루하고 재미없고 힘든 체력단련과 기초 드리블 연습 끝에 준호는 치수에게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냐'고 물어봐요. 치수는 단 한 번도 없다고 대답하죠.

사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그런 질문을 할 정도면 마음은 부활통 탈퇴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고 생각해요. 준호는 애초에 체력증진만 된다면 다른 운동 어떤 것이든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치수의 대답을 듣고 준호는 농구를 계속하죠. 농구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친구가 저렇게 말하는건지 이해해보려는 노력한거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농구라는 스포츠를 마주보기 시작한 순간이 아닐까요? 당시 치수는 모르겠지만, 치수가 고교생활까지 함께 갈 팀메이트를 만든 순간이기도 하죠. 채치수가 없었으면 권준호는 '농구가 좋아졌어'라고 말하기 전에 농구를 그만뒀을테니까요.

권준호 오시로써 북산 3학년즈(ncp)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게 해주세요
#슬램덩크 #권준호 #정대만 #채치수 #북산3학년
이 세명의 삼각형(ncp적으로)이 얼마나 완벽한지에 대해 생각하면 저는 늘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이 세명은 모두 5년 반(6년) 이상을 농구와 함께한 스포츠맨들이고, 슬램덩크 본편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북산의 농구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이죠. 성격도, 재능도, 피지컬도 모두 다르지만 농구라는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교류가... 정말 아름다워요. (정대만은 2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동안에도 저는 어떤식으로든 정대만이 농구에 매여있었을거라 생각해요. 완전한 단절이 아님. 그는 스포츠맨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음.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는 언급에서도 나옴.)

난 이 일러스트를 보면 전국제패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잊지 않고 이들을 승리로 실어나른 사람이 바로 안경선배라는 사실을 이노우에 선생님이 결코 잊지 않으셨다는 게 떠올라서 가슴이 뛴다. #슬램덩크 #권준호

이미 25년 전에 내다 버렸어야 할 티셔츠(잠깐, PHP 집업은......)를 아직도 입고 있는 준호를 보고 열받아서 그대로 끌고 백화점 달려가 옷부터 사 입히는 정대만과 내가 옷이 없어서 이걸 입고 다니는 건 아닌데 ㅎㅎㅎㅎ 하고 머리만 긁적이는 준호와(정대만보다 세금 많이 냄) 예쁘게 옷 사 입히고는 같이 술 마시고 취해서 준호의 멱살을 잡고 "너는! 왜 안선생님처럼 토실토실해지지 않는거야!"하고 주정하다가 KFC 매장 앞에 주저앉아 "안선생님!!!!!!"을 외치며 오열하는 전 국대 현 북산고 감독 정대만 보고 싶습니다.
#슬램덩크 #정대만 #권준호

(그런데 왜 백화점 가는 대목부터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 중년남 그림체로 상상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