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거지만, 〈소울 해커즈 2〉는 악역 캐릭터의 소비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수준으로 막 날렸던 거 같아요.
카부라기와 애로 간의 인연이 겨우 보스전 한 번으로 퉁칠 정도로 가벼울 리가 없잖아요? 최종 던전에서 호즈미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튀어나올 바에야 카부라기와의 리벤지 매치가 좋았을 겁니다.
R.S. 같은 개성파 악역도 겨우 보스전 한 번 (+ 소울 매트릭스에서 리벤지 매치 한 번) 으로 퉁칠 바에야, 게임 전체에 걸쳐서 3~4번 정도 싸우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
저는 솔직히 〈소울 해커즈 2〉의 후반부 전개를 좀 많이 안 좋아합니다. 〈페르소나 5〉, 〈진 여신전생 5〉에 이은 그노시즘 소재 우려먹기가 세 번이나 되면 질리거든요, 사람이란 게.
〈데빌 서머너 소울 해커즈〉에서 매력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 특히 북미 토착 민족의 신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스토리에 도입했다는 건데, 〈소울 해커즈 2〉는 너무 안전빵으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피그는 얄다바오트 짝퉁 같은 게 아니라 토나티우가 됐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인간에게 실망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였으면, 여섯 번째 태양이 됐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