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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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엔딩을 봤어요. ...평소보다 오래 걸렸는데 왜냐면 솔직히, 킹직히 말해서. 전개가 썩 재밌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후반부에 탄력을 받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있죠... 사실 이런 작품들 때문에 과정이 재미가 없어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오리니. 하며 인내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단어 선택 미안하다.)

우선 추천 독자 : 비디오게임<파스모포비아>가 재밌다! TRPG<인세인>을 좋아한다.
...농반진반.

귀신들이 나오는 저택이지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고 인생이 있습니다.

(그 당시로서) 종래의 고딕소설 클리셰를 한 번 비튼 작품입니다.
'페몰라'와 '고드릭'이라는 남매가 요양을 위해 클리프엔드라는 저택을 사게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페어와 그 주변인물은 집안에 속박 당해 있지도 않고, 서로 음흉하게 의견을 감추는 것으로 불안증을 부추기고 괜한 망상을 심어주지 않아요. 오히려 언제든지 떠날 수 있지만 자의로 남아있는 것이고, 서로 자기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이야기해요. 두 남매의 티키타카가 좋음. 그리고 생계에 대한 묘사도 매우 디테일하게 축조되어있어요.

오히려 앞서말한 한기 가득한 클래식한 색채의 고딕적 인물은 '스텔라'와 스텔라의 할아버지인 '중령'이에요. 어딘가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에 더해 말투도 몹시 옛스럽습니다.

스텔라는 클리프엔드의 옛주인인 소녀입니다. 정확히는 스텔라의 부모님이 이곳에 살았었죠. 하지만 아버지 '매러디스'가 죽고, 어머니인 '매리'와 그 하인 '카밀라'가 함께 실족사하는 불온한 사건들을 겪으며 저택은 버려졌고, 다른 사람들 손에 넘어가길 반복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어요.

예상이 가겠지만 저 불운한 사망자들이... 저택에 유령으로 자꾸 출몰합니다!

하지만... 집 거주인인 페몰라와 고드릭은 결코 당황하지 않아요. 아니 물론 패닉과 신경쇄약적 상태에 빠지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을 포기하지 않아요. 그 끈기의 중심에는 페몰라가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고드릭은 스텔라를 사랑합니다. 처음에... 고딕소설 남자들이 그렇지. 하며 색안경 끼고 봤지만 잘못 생각한 게 맞는 것 같다.

마치 <인세인>으로 따지면 공포판정 스페셜 띄운 사람들 같습니다. 우선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의심하고 검증해요. 그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물어요. '심하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공존하는 것 까지'고려하고 있습니다.

가장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스텔라의 의견을 깊이 존중해서 어쩌면 가장 확실한 수단인 '구마'도 하지 않아요.
나중엔 급기야 위자보드를 통해 귀신의 의사도 침착하게 물어보는데, 여기서 모종의 '공존하는 인외물'로서의 성분도 느껴서 조금 좋았달지; 사실 이 부분부터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다보니 고전적인 고딕소설적 공포보다는, 진상을 쫓는 추리물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그것도 몹시.. 건전해!

사실 제가 졸리고 재미없어한 건 이 점이 크긴 했습니다. 페몰라가.. 스텔라가.. 리지가.. 하면서 일일이 걱정하고 상태를 살피고 의견을 교환하고 온건하기 그지 없다보니. 아무래도... 졸리더군요! 고전소설의 슴슴한 긴 호흡도 견딜 수 있다며 나름 자부심을 가졌는데 역시 나 조차 누가 한 명 죽어야 졸린 눈을 뜨는 현대인의 닳은 신경의 소유자인가! 하지만 두 명 말고 한 명으로 족한 수준일 거라 믿어요.

일본애니였으면 음식이랑 디저트 먹는 장면 퀄리티가 수상할 정도로 좋고 배경이랑 브금이 이쁜 애니였을지도. ...역시 졸린 작품 아닌가?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반부가 참 재밌었습니다.

사실 전반부도, 그 시절에 봤으면 재밌었을 법도 해요. 왜냐면... 핵심적인 부분들이 '그 시절에는 파격적으로 다가올 장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 시점으로 보면 엄청나게 파격적이지 않아서, 이게... 뭐? 하고 지나가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저도 작품 해설 보고 아~ 했음.

그리고...역시 한 편의 <인세인> 리플레이같다! 훌륭한 엔딩이었어요. (눈물 닦음)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독서토돈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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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안그래도 이 사람들 왜이렇게 공포판정 스페셜만 띄우는 사람같아! 했는데 이게 작가가 기존 클리셰를 비틀면서 '현상을 합리적으로 차분하게 쳐다보며'대응 하는 사람들을 그리면서 패닉에 덜 빠지는(?)걸 의도한 거였구나... 작품해설에서도 그렇게 말하네...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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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니 보고 싶어지는군요...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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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정도로 개운한 행복엔딩 작품 너무 오랜만에 봐서 햇빛에 이불 말린 기분이 난다...

뭐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맑은 눈동자를 하게 만드는 작품은? 이게 내가 선택한 작품이 맞단 말인가?

아아.. 좋은 이야기였어. 로디,페몰라,스텔라,리지와 함께 클리프엔드에서 동틀녘을 바라보기. (하늘에는 고풍스러운 글씨로 ~FIN~이 떠있다)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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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설 그냥 죽여주는 인세인 리플레이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근데 마지막에 황당하게 배드엔딩 낼까봐 제발 해피엔딩으로 끝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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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설이 후반부가 진짜 재밌는 건지 아니면 노잼 소설에게 시달리다 재미를 착즙하게 된 건지 분간이 안 가지만 갑자기 재밌네요...

독서토돈 오랜만에 써야지...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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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설 속 사람들 그러니까 인세인으로 치면 공포판정에서 계속 스페셜 띄워서 귀신이 나오던가 말던가 맑은 이성으로 멀쩡한 사람들 같아서 웃김...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

하로​ · @ah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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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물들 파스모포비아에서 S등급 받을 거 같은데

그리고... 어쩌면 스텔라의 어머니는 아시마르일 수도 있음.

(헛소리 적지 마세요)

#하로_초대받지못한자

Last updated 1 year ago